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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꿈의 물질 "상온초전도체"

by Memepro 2023.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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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혁명 가져올 꿈의 기술, 이번은 진짜일까

미 로체스터대의 '랑가 다이어스' 교수는 다이아몬드 모루 사이에 수산화물을 넣고 압착해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전류가 흐를 때 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超傳導) 현상을 일상 온도에서 구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실이라면 거리 상관없이 무손실 송전(送電)이 가능해 에너지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 고성능 전자석도 만들어 자기부상열차와 핵융합 발전에 활용할 수 있다.

이영완   조선비즈 과학전문기자 현 KAIST 문술미래전략 대학원 겸직교수, 전 한국과학기자협회 회장

 

미국 로체스터대의 랑가 다이어스 교수 연구진은 3월 9일(이하 현지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섭씨 21도에서 대기압 1만 배 정도 압력으로 상온(常溫) 초전도 현상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여러 곳에서 초전도 물질을 개발했지만 대부분 영하의 온도나 대기압 수백만 배인 초고압에서 가능했다.

 

하지만 과학계는 환호보다 냉담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이어스 교수가 2020년에도 ‘네이처’에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지만, 실험 자료를 임의로 수정한 의혹이 있다고 지난해 ‘네이처’가 논문을 철회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로체스터대 연구진은 “이번에는 다섯 차례 검토를 거쳤다”고 밝혔지만, 다른 연구진에게 초전도체 시료를 검증용으로 제공하지도 않아 의혹만 증폭시켰다.

상온 초전도체인 루테튬 산화물. 크기가 1㎜ 정도다. 압력을 가하면 파란 색에서 붉은 색으로 바뀐다고 붉은 물체(red matter)'란 별명을 얻었다.

 

초전도 현상 구현한 ‘붉은 물체’

초전도 현상은 전류가 아무런 저항 없이 흐르는 것이다. 1911년 영하 270도에서 처음으로 초전도 현상이 발견된 이래 과학자들은 더 높은 온도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찾기 위해 경쟁했다.

 

다이어스 교수 연구진은 희토류 원소인 루테튬에 수소와 질소를 넣고 대기압의 2만 배 압력으로 압착하고 3일간 섭씨 200도로 구웠다. 연구진은 새로 만든 초전도체가 압력을 가했을 때 파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었다고 ‘붉은 물체(red matter)’라고 이름 붙였다.

 

붉은 물체는 대기압 1만 배와 섭씨 21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가장 잘 보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다이어스 교수는 “이전 실험에서 상온 초전도체가 대기압의 수백만 배에서 작동한 것을 이번 결과와 비교하면 말을 탄 사람 옆으로 페라리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는 것과 같은 차이”라고 말했다.

 

논문의 공저자인 미국 네바다대의 아슈칸 살라마트 교수는 “이번 논문은 수산화물에 대한 가장 상세한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카네기 과학연구소의 알렉산더 곤차로프 박사는 ‘사이언스’에 “믿을 만한 연구 결과”라며 “맞는다면 이 논문은 다양한 기술을 동원한 역작”이라고 말했다.

 

영하의 초전도체 위에서 자석이 떠 있는 모습. 상온 초전도가 구현되면 자기부상열차를 쉽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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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선 판단 유보하는 의견 많아

하지만 과학계는 아직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대의 제임스 햄린 교수는 3월 9일 ‘사이언스’ 인터뷰에서 “상온 초전도체는 초고효율 전력망과 컴퓨터 칩뿐 아니라 자기부상열차와 핵융합에 필요한 초강력 전자석도 만들 수 있다”며 “맞는다면 정말 혁명적인 결과지만 아직은 판단을 유보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과학자들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인 것은 무엇보다 지난해 ‘네이처’가 논문을 철회한 이력이 우선 영향을 미쳤다. 다이어스 교수는 2020년 ‘네이처’에 섭씨 15도에서 수소와 탄소, 황을 다이아몬드 모루 사이에 넣고 대기압의 260만 배로 압착해 초전도체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당시 성과는 그해 ‘사이언스’의 10대 과학 성과에도 선정됐다.

 

하지만 ‘네이처’는 “다이어스 교수 연구진이 논문의 표 두 개에 나온 실험 데이터에서 비정상 신호를 빼면서 표준적이지 않고 자신들이 임의로 규정한 절차를 사용했다”며 논문 게재를 철회했다. 결론에 맞추기 위해 실험 데이터를 손봤다는 의미였다.

 

초전도는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현상과 함께 외부 자기장과 반대 방향으로 같은 세기의 자기장이 생기는 것으로도 확인된다. 과학자들은 다이어스 교수 연구진이 전기저항에 대한 데이터는 밝혔지만, 자기장 관련 자료는 누락시켰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다이어스 교수는 당시 ‘네이처’의 논문 철회 결정에 반발하며 곧 원래 데이터를 그대로 넣은 논문을 새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에는 외부 자기장과 상호작용도 검토해 초전도 현상이 구현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번 발표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탈리아 사피엔자대의 릴리아 보에리 교수는 ‘사이언스’에 로체스터대의 실험 결과는 기존 이론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존 초전도 이론은 결정 구조의 진동이 전자 사이의 접착제 역할을 해서 저항 없이 전류가 흐른다고 설명한다.

 

과학자들은 수산화물에서도 상온 초전도 현상이 가능하나 영하 148도의 극저온이어야 한다고 본다. 그보다 높은 온도에서는 접착제 역할을 하던 진동이 약해져 초고압에서나 격자 구조와 전자쌍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이어스 교수는 이번에는 크기가 아주 작은 질소 원자가 커다란 루테튬 원자 사이를 지나가면서 격자 구조를 단단하게 하는 상자 모양을 이룬다고 반박했다.

 

미 로체스터대의 '랑가 다이어스' 교수가 초전도체 실험을 하고 있다. 그는 '네이처'에 다른 연구팀보다 훨씬 낮은 압력에서 작동하는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무손실 전력 전송 실현할 꿈의 기술

상온 초전도에 이목이 쏠린 것은 초전도 현상이 일상 온도에서 실현되면 에너지 산업에 엄청난 파급효과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가 가정에 오기까지 4% 이상이 사라진다. 구리 전선의 전기저항으로 전기가 열로 바뀐다. 미국에서만 한 해 22조원이 송전 과정의 전력 손실로 사라진다.

 

초전도 현상이 상온에서 구현되면 바다 건너까지 무손실 전력 전송이 실현된다. 그러면 자연 조건이 좋지 않은 곳에서도 청정에너지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햇빛이 강한 지역에서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전선만 연결하면 어디든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 의료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자석을 초전도체 위에 두면 공중 부양한다. 지금은 액체질소로 극저온 상태를 만들어야 가능하지만, 상온 초전도체가 나오면 모든 열차를 자기부상열차로 만들 수 있다. 극저온 초전도체를 쓰는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나 핵융합 발전도 획기적으로 저렴해질 수 있다.

 

이번 논란은 다른 연구진이 실험으로 논문 결과를 재현하면 해결될 수 있다. 그렇지만 로체스터대 연구진은 지식재산권을 들어 시료 제공을 거부했다. 다른 과학자들은 “비과학적인 행동”이라며 “로체스터대 연구진이 시료를 제공하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재현 실험을 하지 말라고 하겠다”고 비판했다. 결론이 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멀어지는 '꿈의 물질' 상온초전도체

관련 논문 또 다시 게재 철회돼

과학계 "한 번 조작하면 버릇 된다"

지난 3월 발표 다른 논문에도 의혹 거세져

 

올해 초 큰 화제가 됐던 세계 최초 상온 초전도체 발견 논문의 신뢰성에 또다시 의문이 제기됐다. 에너지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꿈의 물질'의 발견 및 상용화가 또 다시 멀어지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26일(현지 시각) 최근 저명한 물리학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Physical Review Letters·PRL)가 2021년 게재했던 란가 디아스 미국 로체스터대 교수의 관련 논문을 표절·데이터 조작 등의 이유로 철회했다고 전했다.

 
공중에 떠서 달리는 초전도체. 자료사진. 기사와 관련이 없음

해당 논문은 상온 초전도체와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디아스 교수가 주요 소재로 삼고 있는 이황화망간(MnS2)의 전기적 특성에 대한 연구 결과였다. PRL은 이번 철회 조치에 앞서 독자적인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표절 여부나 데이터 적확성ㆍ조작 여부 등 무결성(intergrity)을 검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처는 "PRL 편집자들은 '조사 결과 데이터 조작ㆍ위조 혐의가 설득력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특히 디아스 교수의 오랜 기간 동료인 아쉬칸 살라마트 네바다대 물리학과 교수가 PRL에 해명서를 제출했지만 오히려 해가 됐다. 4명의 조사관들은 이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살라마트 교수가 제시한 실험 수치가 논문의 것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이중 2명의 조사관은 보고서에 "조사 결과 사실을 숨기거나 은폐하려는 시도가 명백한 데이터 조작이 분명하다"면서 "해당 논문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한다"고 적시했다. 이에 PRL 측은 살라마트 교수의 이른바 '원천 데이터' 자료 제출이 조사를 고의적으로 방해하려는 시도가 분명하다며 조사위원회의 결론에 동의, 논문 철회를 결정했다.


하지만 디아스 교수는 여전히 해당 논문에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네이처에 보낸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여전히 연구 결과와 관련해 과학적인 위법 행위나 데이터 위조ㆍ조작 등의 행위가 없다는 것을 명백히 한다"면서 "이번 철회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디아스 교수 연구팀은 2020년 10월 네이처에 100만 대기압 이상의 극도로 높은 압력하에서 섭씨 15도에서 작동하는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었다는 논문을 발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었다. 이전까지 만들어진 초전도체들은 기껏해야 200켈빈(영하 73.15도) 아래에서 작동하는 게 고작이었다. 문제는 다른 연구자들은 연구팀이 밝힌 실험 조건과 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9월 네이처는 불법 행위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데이터 처리 부정 등을 발견했다며 논문 게재를 철회했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은 디아스 교수 연구팀은 올해 3월 또다시 놀라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루테튬, 수소, 질소(Lu-H-N))로 만들어진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었다는 논문을 네이처를 통해 발표한 것이다. 이 논문은 아직까지는 표절이나 데이터 조작 의혹 등이 제기된 적이 없다.


그러나 지난해 네이처에 이어 이번 PRL의 논문 철회까지 이어지면서 의심의 눈길도 짙어지고 있다. 데이비드 뮬러 코넬대 물리학과 교수는 "디아스 교수의 논문 철회는 20년 전 벨 연구소의 존 헨드릭 쇤 연구원의 사례를 연상시킨다"면서 "경험상 데이터를 속이는 사람은 한 번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초전도체는 초고압ㆍ극저온 등 특정 상태에서 내부 전기 저항이 0이 되고 자기장을 밀어내는 반자성을 갖는 물질을 말한다. 엄청난 전기와 특수 소재를 동원해 절대 온도 0도(영하 273도) 안팎의 극저온에서 구현된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꿈의 물질'인 상온 초전도체 개발 연구가 활발하다. 별도의 장비ㆍ자원ㆍ비용 없이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유지할 수 있는 물질이다. 이게 발견되면 영화 아바타 속의 '언옵테늄'을 지구상에서 재현할 수 있다.


전기 생산ㆍ저장ㆍ전달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손바닥만 한' 양자컴퓨터, 초저전력 반도체, 영화 '스타트렉' 속 날씬하고 빠른 우주선, 돈ㆍ자원이 많이 들어 지지부진한 자기부상열차의 상용화 등이 실제 이뤄질 수 있다. 풍력ㆍ조력ㆍ원자력 등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최소화한 초소형 발전기를 통해 초고용량의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 전력 손실이 전혀 없는 송배전 설비나 저장 장치(배터리)도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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