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사라진다
일본에서 인구 감소에 따른 택시기사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승차 공유' 합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전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다양한 수요를 생각하면 본격적으로 (승차 공유) 제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지난 23일 국회 연설에서도 "지역 교통 일손 부족과 이동 수단 부족이라는 심각한 사회문제에 대응하면서 차량 공유라는 과제에 대처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승차 공유 서비스인 '우버'처럼 자가용 운전자가 돈을 받고 승객을 태우는 것이 법률상 금지돼 있으나 인구 감소·고령화와 맞물려 지방을 중심으로 택시를 몰 수 있는 면허를 보유한 운전사가 줄어들면서 유명 관광지도 늦은 밤이 되면 택시를 잡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8년 말에 29만1천여 명이었던 일본 택시 기사는 지난해 말에 약 23만2천 명으로 감소했다.
이에 일본 광역·기초 지자체장들은 중앙정부에 승차 공유 관련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택시 업계는 승차 공유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택시 운전면허를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승차공유 합법화 ‘타다사태’ 닮았네
전국적인 택시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라이드쉐어(승차공유)'의 합법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라이드쉐어 합법화 여부를 놓고 일본 사회는 찬반으로 쪼개지고 있다.
2018년부터 약 2년 동안 한국 사회를 달궜던 ‘타다 사태’를 기억하시나요?
타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운전기사가 딸린 승합차를 호출해 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는 운송 서비스입니다. 택시 면허가 없이도 운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법 콜택시’란 일각의 비난이 쏟아졌죠.
올 6월 대법원이 타다 서비스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등 혐의가 없다며 무죄판결을 내렸지만, 수년 동안 기존 택시업계와 정치계로부터 받은 견제 탓에 원활한 운영이 사실상 어려워진 뒤였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타다 사태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역들의 교통 담당자 부족과 이동 수단 부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라이드쉐어(승차 공유)’의 합법적인 도입 검토를 착수하려고 합니다.”
라이드쉐어란 택시기사가 아닌 일반인 운전자가 자가용을 이용해 유료로 사람들을 운송해주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타다 서비스와 닮았죠.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의 코로나 비상사태 해제 이후 급속도로 회복하는 관광객 수와 상반되게 사회 문제로 떠오르는 ‘택시 부족’ 사태를 해결하려 라이드쉐어 제도를 조건부 허용하는 방안으로 정부가 가닥을 잡았다는 것입니다.
라이드쉐어 합법화를 처음으로 주장한 이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였습니다. 그는 지난 9월 센다이에서 열린 관광을 주제로 한 강연회에서 “(택시 부족 해결을 위해선) 라이드쉐어를 법적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고노 다로 디지털담당상,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등 다른 정치인들도 택시 부족 사태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잇달아 같은 의견을 냈죠.
실제로 현재 일본에서는 관련 법률에 따라 라이드쉐어가 금지돼 있습니다. 일부 인적이 드물어 이동수단이 열악한 지역에서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데요.
문제는 택시 부족 사태가 일본 전국적으로 심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 택시 운전자 수는 올 3월 말을 기준으로 22만여 명. 코로나 전(2019년)보다 20% 감소했고, 10년 전과 비교하면 12만명이 빠졌습니다. 기존 운전자들의 고령화로 은퇴자가 늘어나는 와중에 코로나 시절 많은 이들이 수입 감소를 이유로 업계를 떠났고, 여기에다 저출산에 의한 고용난이 택시업계에도 예외 없이 닥치고 있죠.
민간 기업과 공무원 업계조차 지원자 수가 급감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업무가 불규칙적이고 수익이 적은 택시업계엔 신입의 유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택시 업계와 갈등이 아닌 상생 관계로 (라이드쉐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고 호소했죠.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홋카이도에서도 택시 운전자 수가 코로나 전보다 30% 줄어들었다며 “라이드쉐어 도입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습니다.
NHK 등 현지 언론은 “관광객뿐 아니라 일본 주민들도 병원에 가거나 쇼핑을 위해 택시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대로 문제를 방치하면 소도시들을 시작으로 국가 교통 시스템이 붕괴할 위험도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이 같은 요구에 응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한정적으로 허용된 ‘자가용 유상여객운송’ 제도의 적용 지역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인데요. 일본 정부는 이용 가능 시간을 택시가 부족한 시간대로 한정해 업계에서 나올 반발을 최소화하겠단 계획입니다.
하지만 일본 택시업계는 라이드쉐어 합법화를 전력 저지하겠단 입장입니다.
집권 자민당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자민당 내 택시업계를 대변하는 의원 연맹은 지난 17일 라이드쉐어 도입 여부에 대해 “운전자 건강 상태 체크가 어려운 등 안전 문제 위험이 크다” “버스나 전철 등 지역 대중교통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전국하이어택시연합회 등 택시업계 관계자들도 같은 이유로 라이드쉐어를 강력 반대하고 있죠. 기존 택시회사들의 경우 운전자 모집에서 면접과 교육에까지 두 달 이상의 기간을 쏟는데, 라이드쉐어에선 이러한 절차가 생략돼 탑승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타다 사태처럼 일본에서도 라이드쉐어 도입 여부를 놓고 사회가 양분화할 조짐이 보입니다.
일각에선 업계 측이 내세우는 이유들과 달리, 실상은 라이드쉐어 이용비가 택시보다 저렴할 것을 우려해 ‘밥그릇’을 지키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산케이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재 일부 지역에서 운용되고 있는 라이드쉐어 운임비는 택시비의 절반 수준이라 하죠.
이에 라이드쉐어 도입을 주장하는 전문가와 단체들은 “운임비를 택시비와 비슷한 정도로 맞출 수 있다”면서 업계를 설득하고 있습니다. 운전자 신원을 확인하기 어렵단 문제에 대해선 라이드쉐어 기사 자격을 택시와 똑같은 2종 면허 취득자 및 강습 수강자로 정하고, 지역 관광협회나 택시연합이 이를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자고 주장하고 있죠.
일본 시민들 사이에선 이동수단의 충분한 확보를 위해 찬성하는 의견이 많지만, 사고 발생 시 보상 구조가 확립돼 있지 않다거나 운전자의 신원을 알기 어려워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현재 관광객 급증에 의한 대중교통 혼잡 등 ‘오버투어리즘(관광 공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꾸리고 있습니다. 그 대책의 일환으로 라이드쉐어가 해금될지에 전 사회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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